OOO는 이는 그 길로 달랑 가방 하나만 싸서 서쪽 나라를 향해 걸었습니다. 한 봉우리를 넘고 나니 날이 저물어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을 찾아갔어요. 그 집은 커다란 기와집으로 예쁜 처녀가 혼자 살고 있었어요. 처녀는 OOO에게 저녁상을 차려 주며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OOO는 복을 타러 서쪽 나라로 간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은 처녀는 OOO에게 부탁했어요. "저는 집도 있고 땅도 있고 돈도 있는데, 남편 복이 없어 혼자 살고 있어요. 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 혼인하면 좋을지 알아봐줄 수 있나요?" OOO는 처녀의 부탁을 듣고 알겠다고 대답하고 날이 밝자 서쪽으로 또 걷고 걸었습니다.
날이 또 저물자 산봉우리 끝에 어느 한 집이 보였습니다. 그 집에 머물게 된 OOO에게 집주인이 어딜 가는 중이냐고 물었습니다. "서쪽 나라로 복을 타러 갑니다.", "그렇다면 내 부탁을 좀 들어주겠나. 우리집에 삼십년 동안 키운 배나무 세 그루가 있는데 배가 도무지 열리지 않아. 좋은 거름도 주고 하늘에 빌기까지 했는데 말이야." OOO는 배나무 주인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또 길을 떠났습니다. 서쪽 나라로 향해 쉼 없이 걸어가다 보니 큰 바다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바다 밑에는 용왕이 사는 용궁이 있었습니다.
OOO는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말하는 서쪽 나라가 용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바다를 건너갈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웬 커다란 이무기가 다가왔어요. 이무기는 OOO에게 뭘 하냐고 물었고 OOO는 용왕에게 복을 타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내가 바닷속 용궁까지 데려다줄 테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나. 나는 천 년 동안 기도를 하며 용이 되기를 기다렸는데 아직도 용이 되지 못하고 하늘로 가지 못하고 있다네." OOO가 고개를 끄덕이며 용왕님께 물어보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무기가 OOO를 등에 태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용궁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용궁에 도착하여 용왕이 OOO를 보자 물었습니다.
"인간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더냐?"
"저는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고 복이 없어 복을 타러 왔습니다."
복을 구하러 온 푸리에게 용왕이 말했습니다.
"너는 태어난 시에 복이 없어 복을 못탄 것이니라.
네가 복이 없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구나. 돌아가거라."
나에게 주어진 복이 여기까지라는 말을 들은 푸리는 상심이 컸어요. 너무 허무해서 앉아 울다가 생각해보니 처음에 자신에게 서쪽으로 가서 용왕을 만나라고 한 말에 너무 화가 났어요. 푸리는 이제 복도 없고 갈 곳도 없는데 여기까지 온 게 억울해서 용왕에게 가서 "갈 땐 가더라도 소원은 하나 들어줄 수 있지 않아요?"라고 물었습니다. 용왕은 푸리의 뻔뻔함에 당황했지만 무슨 말을 하나 들어보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푸리는 자기가 여기까지 겁나 힘들게 걸어왔는데 돌아갈 때만이라도 편하게 가고 싶으니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탈 것을 달라고 했어요. 그러자 용왕은 푸리에게 물 위를 달릴 수도 있고 하늘을 날 수도 있는 오토바이를 주었어요.
푸리는 뭐 하나라도 건져서 기쁜 마음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길을 떠났어요. 푸리가 다시 물가로 갔을 때 이무기가 나와서 자기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어요. 푸리는 '앗 내가 복이 없다는 거에 정신팔려서 이무기 얘기는 꺼내지도 못했네.'라는 생각이 들어 당황했어요. 그렇지만 이무기에게 못 물어봤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무기에게 말했어요. "이무기야 니가 가진 여의주 좀 줘 봐." 여의주를 건네받은 푸리는 물가에 떨어져 있는 활을 주워 화살 끝에 여의주를 달아 하늘로 쐈어요. "야 너 뭐하는 짓이야!" 이무기가 소리쳤어요. 푸리는 "여의주 다시 찾고 싶으면 가서 잡아야하지 않겠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이무기는 화살을 쫓아 정신없이 하늘로 올라갔고 결국 자기 힘으로 승천을 했어요.
푸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가는데 갑자기 누군가 급하게 푸리를 불렀어요. 푸리가 뒤를 돌아보니 배나무 주인이었어요. '아 맞다... 배나무 주인도 있었지.' 배나무 주인은 푸리에게 이제 자기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어요. 푸리는 이번에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기로 했어요. 푸리는 배나무 주인에게 "동쪽으로 쭉 가다보면 꽃이 잔뜩 피어있는 예쁜 집이 나오는데 그 집에 가서 물어보면 된대요."라고 했어요. 그 집은 사실 푸리가 처음으로 신세를 졌던 여자의 집이었어요. 배나무 주인의 부탁으로 푸리는 여자의 집까지 배나무 주인을 태워다 주었어요. 그리고 그 여자에게는 이 남자는 나무를 정성껏 돌보는 아주 착하고 세심한 사람이니 이 사람과 같이 지내면 행복할 거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푸리는 이제 정말 자유롭게 길을 떠났어요.
어디에서 자고, 뭘 먹고 살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복이 없다고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생각으로 마음 내키는대로 달렸어요. 이전처럼 남의 집에 신세를 지기도 하고, 산에서 열매를 따 먹기도 했어요. 하늘 위로 올라가 넓은 세상을 보기도 하고, 물 위를 달리며 시원함을 만끽하기도 했어요. 푸리가 실컷 달리고 달려도 오토바이에는 기름이 떨어지지 않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