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두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산의 아이인 보나와 강의 아이인 차차예요. 어느 날 보나가 살고있는 산에 기근이 들었어요. 그리고 차차가 살고 있는 강은 말라버렸지요. 두 아이는 갑자기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슬퍼했어요. 그리고 왜 이렇게 지지리도 복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두 아이는 마을에서 유명한 무당에게 찾아가 물었습니다. '왜 저는 이렇게 복이 없을까요?' 무당은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듣더니 복을 얻고 싶으면 서쪽 바다의 용왕을 찾아가보라고 했어요. 그렇게 두 아이는 길동무가 되어 길을 떠났습니다.
보나는 차차를 처음 보고는 '무서워보이는 아이네. 내가 저 친구와 친해질 수 있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차차는 보나를 처음 보고 '너무 약해보이는데? 나에게 도움이 되려나?' 라고 생각했어요. 두 아이는 하루 종일 걷고 걷다보니 배가 고파졌어요. 차차는 길가에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사과나무를 발견하고 사과를 하나 따서 먹으려고 했어요. 보나가 차차에게 "저 사과를 먹어도 되는걸까?" 라고 물어봤어요. 차차는 보나에게 "뭐 어때. 어차피 길가에 있는 건데. 너도 하나 먹어." 하며 사과를 하나 건네주었어요. 두 아이는 사과를 맛있게 먹고 사과 나무 아래서 잠들었어요.
다음 날 길을 떠나려는데 차차의 귓가에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라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차차는 "일단 앞으로 가보자. 해가 뜨는 방향 반대로 가면 되겠지." 라고 얘기했어요. 그러자 보나가 "너 어떻게 내 속마음을 알았어?" 라며 화들짝 놀랐어요. 그 사과는 마법의 사과였어요. 두 사람이 함께 먹으면 서로의 속마음이 들리는 마법의 사과였던 거예요. 보나와 차차는 이 상황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렇게 둘은 다시 길을 떠났어요. 한참을 걸어가는데 안절부절하는 새를 발견했어요.
보나가 새를 보고는 가까이 다가갔어요. '무슨 일이 있나?' 그 생각을 들은 차차는 "갈 길이 먼데 빨리 가자." 라고 얘기했어요. 보나는 "아니, 새가 곤란해하는 것 같아서. 잠시만 다녀올게!" 하고 새에게 가까이 갔어요. 안절부절하고 있던 새는 보나에게 "앗 저를 좀 도와주시겠어요? 오늘 열심히 모아둔 쌀알이 바람에 날려 전부 흩어졌지 뭐예요. 이 쌀알이 없으면 저희 가족이 모두 굶을거예요." 그 얘기를 들은 보나는 '새가 참 안됐네. 도와주고 가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차차는 보나의 생각을 들으며 자신의 복도 없는 친구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지 신기해했어요. 보나는 열심히 쌀알을 주웠어요. 차차도 옆에서 도왔지요. 두 아이가 함께 쌀알을 주우니 금방 한 자루가 채워졌어요. 새는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분들을 돕고 싶은데 한 가지 부탁만 들어드릴게요." 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차차는 새에게 "우리는 서쪽 바다의 용왕에게 가는 중이야. 우리가 복이 없다고 생각해서 물어보려구. 서쪽 바다의 용왕에게 어떻게 가는지 알아?" 라고 물어봤어요. 새는 그 길은 자기가 잘 안다고 하며 길을 알려주었어요. "이 쪽으로 쭉 가다보면 동굴이 하나 나와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따라 동굴을 지나면 계곡이 하나 나올거예요. 그 계곡을 지나면 불의 악마가 있어요. 그 악마를 지나야 서쪽 바다의 용왕님께 갈 수 있답니다."
보나와 차차는 다시 길을 떠났어요. 새가 알려준대로 동굴을 지나 계곡을 넘어 마침내 불의 악마를 만났답니다. 불의 악마는 사람의 두려움을 먹고 커지는 악마였어요. 보나는 불의 악마를 보고 두려움에 떨었답니다. "차차, 우리가 저 악마를 이길 수 있을까?" "보나야, 우리 일단 가보자." 불의 악마 앞에 선 두 아이는 거센 불길이 너무 뜨거웠어요. '어차피 이대로 돌아가면 다 죽는거야. 이 악마를 넘어가지 못하면 끝이야.' 차차의 생각을 들은 보나는 차차가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보나도 차차의 속마음을 듣고 용기가 생겼답니다.
'맞아, 우리 둘이 함께 한다면 못 할게 없지' 두 아이는 서로의 속마음을 듣고 손을 꼭 잡고 악마에게로 향했어요. 악마는 더 이상 두 아이에게서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힘을 잃고 점점 작아졌답니다. 한껏 작아진 불의 악마를 차차가 걷어차버렸어요. 불의 악마를 물리친 두 아이는 드디어 서쪽 바다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용왕의 앞에 나란히 섰습니다.
복을 구하러 온 두 사람에게 용왕이 말했습니다.
"너희는 태어난 시에 복이 없어 복을 못탄 것이니라.
너희가 복이 없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구나. 돌아가거라."
용왕의 말을 들은 보나와 차차는 기가 막혔어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복이 없다고 얘기하며 돌아가라고 할 수 있는지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차차는 "저희가 살고 있는 강과 산이 모두 메말랐다니까요? 이대로 돌아가면 저희는 살 곳이 없어요. 다른 방법이라도 알려주세요." 라고 얘기했어요. 용왕은 "허허. 당돌한 아이구나. 내가 무섭지도 않은게냐." 라며 호통을 쳤어요. 그러자 보나도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어요. "용왕님, 진정하세요. 저희는 저 멀리 동쪽에서 왔어요. 저희가 살고있는 산과 강이 모두 마르고 황폐해져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 용왕은 "내가 줄 수 있는 복은 없다. 그저 너희 두 명에게 서로의 복이 달렸을 뿐이다." 라고 얘기하며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사라져버렸어요.
보나와 차차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답니다. 차차가 보나에게 소리쳤어요. "서로에게 복이 달려있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너 때문에 내가 복이 없었다는 얘기야?" 보나는 충격받았어요. "아니 얘기가 왜 그렇게 되는거야? 진정해봐 차차야." 차차는 되받아쳤어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이제 어떡하냐구!" 두 사람은 서쪽 바다에서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싸웠어요. 차차는 화를 내다 열이 올라서 씩씩거렸고 보나는 울어서 눈이 팅팅 부었어요. 그렇게 두 아이는 다시 원래 살던 집인 산과 강으로 돌아왔어요. 차차는 다 말라서 바닥이 드러난 강바닥에 힘없이 앉아있었어요. 차차의 친구였던 물고기들과 오리가족들도 떠나버린지 오래였어요. 보나는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삐쭉한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었어요. 보나의 산 속 친구들도 모두 다른 산으로 도망가버렸습니다.
밤마다 차차의 생각이 보나에게 들려오고, 또 낮에는 보나의 생각이 차차에게 들려왔지요. '괜히 떠났어. 그냥 여기 남아있었으면 나도 이사갈 수 있었을텐데.' '왜 나는 복이 없을까. 다들 잘만 살아가는데 왜 나만 이런 꼴을 당해야하는거지.' 보나와 차차는 괴로웠어요. 함께 모험을 떠났던 그날도 생각나고 사과를 먹고 서로의 생각이 들렸던 것도, 새를 도와 길을 찾았던 것도, 불의 악마를 둘이서 물리쳤던 것도 생각났어요.
다음 날이 되자 산과 강의 사이에 있는 벌판에서 우연히 두 아이가 만났어요. 보나가 먼저 안부를 물었어요. 그러자 차차도 쑥스러운 듯 보나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두 아이는 이 황폐해진 산과 강에서 남은 건 오직 서로뿐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어느날 보나는 황폐해진 산을 산책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폭포에 도착했어요. 커다란 나무 둥치가 폭포의 입구를 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 나무 둥치가 폭포의 거센 물줄기를 막아 강도 말라버렸던 거예요! 보나는 차차를 불러 폭포를 막고 있는 나무 둥치를 보여줬어요. 그러자 차차는 '이것쯤은 별것도 아니지!' 하며 이단 옆차기로 나무 둥치를 날려버렸어요. 그러자 시원하고 거센 물줄기가 콸콸콸 쏟아졌습니다. 폭포로부터 시작된 물줄기는 산을 휘감아 강으로 흘러들어갔어요. 말라버렸던 차차의 강에도 깨끗한 물이 넘쳐 흘렀고 물고기와 오리 가족들도 돌아왔습니다. 보나의 산에도 물이 흘러 다시 푸른 새싹들이 돋아나고 나무들이 우거져 산 속 친구들이 돌아왔어요.
보나와 차차는 그제야 용왕의 말 뜻을 깨달았어요. '우리가 서로의 복이구나!' 그 뒤로 보나와 차차는 산과 강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