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결해줄게!

옛날옛날에...
옛날에 OOO이라는 사람이 부모 형제도 없이
가난하게 살았어요.
얼마나 복이 없는지 농사 지으면 쭉정이만 자라고
소금을 팔러 나가면 비가 오고,
우산을 팔러 나가면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지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졌지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기만 한 OOO는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사는 마을을 벗어나 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러던 어느 날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
하늘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요.
"사람이란 다 자기 복을 타고나는 법이니
무언가 살 길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전 지지리도 복이 없어요. 오늘도 빨래를 널었는데
비가 내려 빨래를 한 것이 헛수고가 되었지요."

"OOO야, 서쪽으로 가서 
용왕을 만나면 복을 탈 수 있으니 
그곳으로 가 보거라."

 

  OOO는 이는 그 길로 달랑 가방 하나만 싸서 서쪽 나라를 향해 걸었습니다. 한 봉우리를 넘고 나니 날이 저물어 불빛이 새어 나오는 집을 찾아갔어요. 그 집은 커다란 기와집으로 예쁜 처녀가 혼자 살고 있었어요. 처녀는 OOO에게 저녁상을 차려 주며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습니다. OOO는 복을 타러 서쪽 나라로 간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들은 처녀는 OOO에게 부탁했어요. "저는 집도 있고 땅도 있고 돈도 있는데, 남편 복이 없어 혼자 살고 있어요. 대체 어떤 남자를 만나 혼인하면 좋을지 알아봐줄 수 있나요?" OOO는 처녀의 부탁을 듣고 알겠다고 대답하고 날이 밝자 서쪽으로 또 걷고 걸었습니다. 
  날이 또 저물자 산봉우리 끝에 어느 한 집이 보였습니다. 그 집에 머물게 된 OOO에게 집주인이 어딜 가는 중이냐고 물었습니다. "서쪽 나라로 복을 타러 갑니다.", "그렇다면 내 부탁을 좀 들어주겠나. 우리집에 삼십년 동안 키운 배나무 세 그루가 있는데 배가 도무지 열리지 않아. 좋은 거름도 주고 하늘에 빌기까지 했는데 말이야." OOO는 배나무 주인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며 또 길을 떠났습니다. 서쪽 나라로 향해 쉼 없이 걸어가다 보니 큰 바다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바다 밑에는 용왕이 사는 용궁이 있었습니다.
  OOO는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말하는 서쪽 나라가 용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도무지 바다를 건너갈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웬 커다란 이무기가 다가왔어요. 이무기는 OOO에게 뭘 하냐고 물었고 OOO는 용왕에게 복을 타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내가 바닷속 용궁까지 데려다줄 테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겠나. 나는 천 년 동안 기도를 하며 용이 되기를 기다렸는데 아직도 용이 되지 못하고 하늘로 가지 못하고 있다네." OOO가 고개를 끄덕이며 용왕님께 물어보겠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무기가 OOO를 등에 태우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용궁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용궁에 도착하여 용왕이 OOO를 보자 물었습니다.
  "인간이 여기까지 어쩐 일이더냐?"
  "저는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고 복이 없어 복을 타러 왔습니다."

복을 구하러 온 순덕이에게 용왕이 말했습니다.
‌"너는 태어난 시에 복이 없어 복을 못탄 것이니라.
‌네가 복이 없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구나. 돌아가거라." 

  용왕에게 복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순덕이는 생각했어요. 아니 용왕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능력이 없어. 그래서 순덕이는 용왕에게 말했어요. "용왕님, 용왕님은 뭐든 다 할 줄 알아야되는 거 아니에요? 그럼,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랑 배나무를 잘 키우지 못하는 남자, 짝을 만나지 못하는 여자의 고민은 들어줄 수 있나요?" 그러자 용왕님은 그것도 다 팔자라고 했어요. 그래서 순덕이는 용왕도 별 수 없구만이라고 생각하고 말했어요. "용왕님도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없는 팔자시네요. 복이 참 없으세요."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갔어요. 
  그리고 이무기에게 갔어요. 이무기야 용왕님도 네가 왜 용이 되지 못하는지 알지 못한대. 우리가 같이 고민하면서 해결해보자. 순덕이는 이무기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몇날 며칠을 이무기의 모습을 지켜봤어요. 그런데 알고보니까 이무기가 매일 너무나 많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어 살이 점점 찌는 거에요. 그게 이무기가 용이 되서 날지 못하는 이유였어요. 그래서 순덕이는 이무기에게 말했어요. "이무기야 너 살을 조금만 빼서 몸이 가벼워지면 날 수 있을 거 같아." 순덕이의 말을 들은 이무기는 진짜로 살을 조금 뺐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하늘로 날아갈 수 있었어요. 
  순덕이는 다시 길을 떠나 배나무를 키우지 못하는 남자를 만났어요. 그리고 또 남자를 도와주기 위해 남자가 배를 키우는 모습을 옆에서 한참 지켜봤어요. 그런데 알고보니까 남자가 배나무에 이런저런 애정을 많이 쏟는 게 문제였어요. 비가 오는 날에도 물을 주고, 땅이 이미 기름진데 또 거름과 영양제를 주는 거에요. 그래서 순덕이가 말했어요. “나무에게 너무 많은 걸 해주려고 하니까 나무가 오히려 잘 안 자라는 거 같아요. 관심 좀 줄이세요.” 그러자 남자가 말했어요. “나는 이 나무를 키우는 게 삶의 낙이야. 이걸 안 하면 삶이 너무 심심한걸.” 그래서 순덕이가 말했어요. “저기 옆동네에 아주 예쁘고 참한 언니가 살고 있어요. 그 언니를 소개시켜 줄테니까 그 언니랑 노는 거 어때요?” 남자는 갑작스러운 순덕이의 제안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못이기는 척하고 순덕이를 따라 나섰어요. 
  여자에 집에 도착한 순덕이는 여자에게 남자를 소개시켜줬어요. “언니, 이 남자랑 한번 얘기해보는 거 어때요? 이 분은 배나무에게도 정성을 쏟을 만큼 따뜻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언니만큼 부자라서 언니의 돈을 보고 접근하지도 않을 거에요.” 그 말을 들은 여자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의 다정한 말과 행동이 진실일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었어요. 알고보니 여자는 자신의 돈 때문에 남자들이 접근하는 게 아닐까 내심 불안한 마음 때문에 남자들이랑 관계를 잘 이어나가지 못했던 거에요. 그런데 순덕이가 이 남자는 그럴 위험이 적다고 하니 그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여자와 남자는 연애를 시작하고 각자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이제 순덕이는 집을 돌아갈 때가 되었어요. 그러자 여자와 남자가 순덕이에게 주선을 해줘서 고맙다며 큰 돈과 여러 마리의 닭, 돼지, 소 등을 함께 챙겨주었어요. 그것을 받은 순덕이는 집으로 돌아가 가축들을 키우고 매일 맛있는 요리를 해먹으며 살 수 있었어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편안한 집에서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 수 있는 것만으로 나는 복 받은 사람이지.’ 그리고 어느 날 소금장사를 하러 시장에 나갔다가 복이 아주 많은 남자를 만나서 더더욱 풍족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해요.


AND

쥬니와 순덕이로부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두 인물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지 살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