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멀리뛰기

옛날옛날에...
옛날에 OOO이라는 사람이 부모 형제도 없이
가난하게 살았어요.
얼마나 복이 없는지 농사 지으면 쭉정이만 자라고
소금을 팔러 나가면 비가 오고,
우산을 팔러 나가면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지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졌지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기만 한 OOO는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사는 마을을 벗어나 보지도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러던 어느 날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
하늘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어요.
"사람이란 다 자기 복을 타고나는 법이니
무언가 살 길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나."
"전 지지리도 복이 없어요. 오늘도 빨래를 널었는데
비가 내려 빨래를 한 것이 헛수고가 되었지요."

"OOO야, 서쪽으로 가서 
용왕을 만나면 복을 탈 수 있으니 
그곳으로 가 보거라."

 

  감동란은 그 길로 당장 간단한 가방과 비상용품만 가지고 길을 떠났어요. 생각을 좀 더 해 봐야 할 것 같긴 했지만 이렇게 복이 없는 채로 사느니 썩은 동앗줄이라도 잡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감동란은 그 날로 서쪽으로 계속 걸었습니다. 밤에는 몸을 뉘일 수 있는 곳에서 자고 낮에는 가지고 있는 약간의 비상금으로 생명을 연명할 수 있는 정도만 끼니를 때웠어요. 점점 몸이 힘들어지고 꼴이 더러워지자 감동란은 점점 우울해졌어요.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 싶었죠. 그래서 우선 그 날은 기분 전환을 위해 마지막으로 마주친 마을에 있는 가장 큰 여관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하루 묵기로 했어요. 여관에서 밥을 제대로 먹고 하루 묵으려면 남은 돈을 다 써야 했지만 그러기로 했어요.

  카운터에 가서 돈을 내던 도중, 복이 지지리도 없는 감동란은 아까 돈을 세다가 딱 1원을 떨어트려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대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운이 이렇게 안 좋은지 알 수 없었죠. 평소에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감동란이지만 이 상황을 못 참고 눈물이 나올락 말락 하는 참이었어요. 뒤에서 한 여자애가 감동란을 부르더니 “이거 네 동전 맞지? 아까 떨어트렸더라.”라고 말했어요. 감동란은 그 여자애 덕분에 여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씻고 여관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던 감동란은 그 여자아이를 찾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복이 없는 동란이지만 이번에는 뭔가 그 여자애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무작정 식당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 여자애를 순식간에 찾아냈습니다. 반가워하며 말을 걸려는 순간, 누가 그 여자애를 힘차게 밀쳤습니다. 여자애는 바닥에 넘어졌고, 순간 화가 난 동란이는 넘어진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어보고 여자아이를 밀친 사람에게 갑자기 말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크게 소리지르며 화를 냈어요. 여자아이는 뭐라 말하려다 벙찐 표정으로 동란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직원이 찾아오고 사건이 일단락되었어요. 당황한 표정으로 동란이를 지켜보던 여자아이는 고맙다며 밥을 같이 먹자고 했어요. 동란이와 그 여자아이는 통성명을 하고 꽤나 친해졌습니다.

‌  그 친구는 아오리라는 아이었어요. 동란이가 밥을 먹고 올라가려고 하자 아오리는 이것도 인연이고 같이 노는 게 즐거운데 오늘은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어떻냐고 했어요. 그러더니 여관에 있는 가장 비싸보이는 방으로 들어가 동란이를 앉혀 놓고, 이렇게 비싸보이는 방에 막 들어와도 되냐는 물음에는 괜찮다고 말했어요. 둘은 같이 약과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동란이는 자신이 복이 너무 없어 서쪽 용왕을 찾으러 떠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아오리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대책없이 떠나올 수 있는지 놀라워하다가, 뭔가 결심을 한 듯 자신도 같이 가자고 했어요. 왜 그러냐는 물음에는 대답해주지 않았답니다.

  둘은 다음날 오후 늦게 떠났어요. 아오리가 여행에 걸릴 시간을 계산하고, 거리를 계산하고, 짐을 싸느라 한나절이 걸렸기 때문이죠. 때문에 동란이의 작은 가방은 큰 마차와 말 두 마리, 여러 짐으로 변해 있었어요. 그렇게 둘은 길을 떠났습니다. 대체 아오리가 돈이 왜 그렇게 많은지는 알 수 없었지만요. 둘은 일주일 동안 편하게 여행을 하며 많이 친해졌어요. 하지만 종종 갈등이 생길 때도 있었습니다. 동란이는 가끔 충동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행동을 할 때가 있었어요. 가끔 마차를 멈춰 낚시를 하고 생선을 구우면서 캠프파이어를 하거나 했어요. 아오리는 그런 동란이가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 봐서 좋을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멍청하고 생각 없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동란이는 아오리가 자신을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하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느꼈어요.

  둘의 갈등은 아오리와 함께 여행을 떠난 지 열흘 만에 터졌습니다. 마차가 산길을 가다 작은 언덕 아래로 천천히 굴러 밑으로 내려가 버린 거에요. 동란이의 복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오리는 이게 동란이 탓이라고 여겼어요. 분명 마차 바퀴에는 굴러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만한 돌이 놓여져 있었는데, 동란이가 또 엉뚱한 짓을 하다가 그랬을 거라고 여겼어요. 아오리가 동란이에게 화를 내자, 동란이도 더 이상 못 참고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오리는 동란이에게 너는 복도 없다면서 그렇게 엉망으로 대충으로 살아? 너가 복이 없는 게 아니라 쓸데없이 다른 곳에 신경 쓰고 자기 관리도 똑바로 못하는 너 자신의 문제 아냐? 라고 화를 냈고, 동란이는 “너는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그렇게 싸가지가 없냐? 내가 가끔은 무계획적으로 행동했지만 너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내 재량으로 가능한 거잖아. 너는 보는 사람마다 그렇게 하대하고 무시해? 모두 니 아랫사람이야? 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그러냐?” 이렇게 화를 냈어요. 아오리와 동란이는 모두 상처를 받았습니다. 동란이는 동란이대로 상처를 받고, 사실 어릴 적에 부모님을 잃고 혼자 자라온 아오리는 알지도 못하면서 가족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니까 화가 났어요. 또 아오리가 사람복이 없는 건 사실이었거든요. 결국 화가 난 동란이는 각자 갈 길을 가자고 말했어요.

  지금까지 같이 온 건 고맙지만, 여기부터는 따로 가자고요. 씩씩거리며 산을 내려오던 동란이는 뒤에서 큰 소리가 들리는 것을 눈치챘어요. 사람의 비명 소리였는데, 생각해 보니 아까 산을 씩씩대면서 내려올 때 멀리서 산적 같은 것을 본 거 같기도 했어요. 아오리가 걱정되었던 동란이는 급하게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아오리를 위협하고 있던 산적을 발견했어요. 산적보다 체구도 훨씬 작았던 동란이는 무서웠지만 용기를 내서 조심스레 다가가 큰 돌로 산적의 머리를 내려쳤어요. 산적은 풀썩 쓰러졌습니다. 동란이가 그나마 팔 근력은 있었기 때문이에요. 동란이는 괜찮냐고 아오리에게 손을 내밀었고, 아오리는 자존심을 조금 굽히고 고맙다고 말을 했어요.

  둘은 쓰러진 마차 안에 있던 육포를 뜯어먹으며 드디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동란이는 아오리가 사실은 어릴 적 부모님을 잃고 혼자 살아왔고 유산으로 예전에 떠나온 마을의 많은 건물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슨 일인지 아오리에게 친절하게 접근한 사람들은 모두 돈을 노리고 그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물론 아오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과는 모두 건조한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동란이는 내심 아오리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럽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동란이는 복은 없어도 사람복만은 넘쳐났기 때문이에요. 여관에서 1원이 부족해 못 잘 뻔한 복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모두 동란이를 도와준 가족들과 친구들, 친절한 사람들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아오리에게 아까 심한 말을 한 것이 후회되었어요. 아오리도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리고 동란이는 멍청하고 무식한 게 아니라 자신과 조금 다를 뿐인데, 자기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무시했던 것이 미안해졌어요. 또한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아오리의 삶에 새로 나타난 친구의 고마움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때 감동란과 아오리의 옆에 있던 조그만 샘물이 쩌저적 갈라지더니 땅이 솟아나고 깨지고 부서지고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아오리와 감동란이 앉아 있던 조그만 나무와 땅을 제외하고 옆 지대는 모두 폭포로 변해버렸어요. 그리고는 서쪽 용왕이 나타났어요.

복을 구하러 온 두 사람에게 용왕이 말했습니다.
‌"너희는 태어난 시에 복이 없어 복을 못탄 것이니라.
‌너희가 복이 없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구나. 돌아가거라."

  감동란은 많이 실망했습니다. 서쪽 용왕을 만나기 위해서 먼 길을 달려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는데 별 수 있겠나요? 감동란은 평생 복이 없게 살아왔기 때문에 이렇게 실망하는 일은 빈번했습니다. 이번 일은 많은 기대를 하고 왔기 때문에 많이 우울하기는 했습니다. 아오리는 원래 큰 기대를 하고 따라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둘은 여행 중에 서로를 만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그것만으로도 얻어간 것이 많은 여행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좋은 친구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둘은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고, 감동란의 부족한 부분과 아오리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조금씩은 보완해줄 수 있어 삶은 이전보다 나아졌습니다.

  둘은 좋은 친구가 생긴 것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살아가려고 했지만 가끔씩 복이 없어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사람의 운명은 대체 어떻게 정해지는 것이고 누가 운명을 정하는 것인지 불만이 생겼습니다.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에 지친 아오리와 감동란은 이번에는 옥황상제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AND

동란이와 아오리로부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두 인물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지 살펴볼까요?